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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의 본질에 대해서...
    사는게 그런거지 뭐.../무제노트 2025. 6. 2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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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의 본질에 대해서...

     

    음악이란 무엇일까. 단순한 음의 나열일까, 감정의 언어일까, 아니면 인간 내면의 울림을 외부로 끌어내는 도구일까. 우리는 수천 년 전부터 노래하고, 연주하고, 듣고, 또 감동받아왔다. 그런데 이 행위는 과연 왜 존재하며, 우리는 음악에서 무엇을 얻는 걸까.

     

    음악은 구조적이면서도 자유롭고, 규칙적이면서도 파괴적이다. 작곡가는 음표를 질서 있게 배열하지만, 그 질서 안에 인간의 혼란과 고통, 환희와 기대를 녹여낸다. 듣는 이는 그 소리를 통해 공감하고,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거나 아직 오지 않은 감정을 미리 맛본다. 음악은 시간이라는 선 위에 그려진 정서의 곡선이다. 이 곡선은 리듬이라는 펄스와 멜로디라는 흐름으로 움직이며, 우리 내면의 파장과 묘하게 공명한다.

     

    또한 음악은 인간의 언어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말로는 차마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 설명하기 복잡한 진실, 심지어 이해되지 않는 욕망조차도 음악은 담아낸다. 그래서 음악은 ‘말을 초월하는 언어’라 불린다. 우리가 한 음절도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어 가사의 음악에 감동하는 것도, 결국 음악의 본질이 감정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언어의 틀에서 벗어난, 더 본능적인 의사소통이다. 심지어 자연의 일부—새의 노래, 파도 소리, 바람의 숨결—조차도 음악처럼 들리는 이유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음악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음악은 파일이 되었고, 스트리밍으로 소비되며, 배경음으로 소비된다. 우리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특정 기분을 조절하고,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음악 속에서 일상을 꾸려간다. 그러나 음악은 여전히 ‘듣는’ 행위 그 이상이다. 듣는다는 것은 감정을 여는 것이고, 일상을 잠시 멈추는 것이며,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음악은 우리를 외부 세계로부터 잠시 분리시켜, 오직 감각과 감정만 남겨둔다. 그 안에서 우리는 가장 인간적인 상태가 된다. 어쩌면 현대 사회의 빠른 속도 속에서, 음악은 유일하게 시간을 느리게 만들어주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음악은 질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이 음악을 왜 듣고 있는가? 나는 이 음 안에서 무엇을 보고 있으며, 무엇을 듣고 있는가? 음악은 대답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은 해답보다 더 오래 남는다. 음악은 청각이라는 감각을 통해 우리의 사유를 자극하고, 감정과 기억의 깊은 곳을 일깨운다. 그것은 일종의 정신적 대화이며, 때로는 묵언의 독백이기도 하다. 음악은 철학의 반대편이 아니라, 오히려 그 중심에 있는 또 하나의 언어다.

     

    그래서 음악은 ‘들린다’기보다 ‘느껴진다’고 해야 맞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음악을 통해 위로받고, 자극받고, 치유받는다. 누군가는 음악을 통해 사랑을 고백하고, 또 누군가는 음악 속에서 삶의 끝자락을 준비하기도 한다. 장례식에서 흐르는 음악이 말보다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것도 그런 이유다. 또한 전쟁터에서도, 병실에서도, 지하철의 흔들리는 공간 안에서도 음악은 사람을 지탱해주는 숨결처럼 존재한다.

     

    음악은 그렇게, 우리 곁에 늘 있었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그것은 시대와 문명을 넘어, 인간이라는 종이 가진 가장 오래된 정서적 표현 수단이자, 동시에 가장 진보된 감정의 형식이기도 하다.

     

    음악의 본질이란, 아마도 '우리가 인간임을 가장 깊이 실감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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