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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in, Last out : 삶을 지켜내는 태도사는게 그런거지 뭐.../무제노트 2025. 3. 31. 19:53728x90
First In, Last Out.
이 문장을 처음 본 건 어느 뉴스 기사에서였다. 소방관의 인터뷰 중에 나온 말이고, 가슴속에 항상 세기고 살아가고 계신다고 하셨다. 그날 이후로, 그 말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왜일까? 그건 단지 소방관들의 용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할 삶의 태도이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먼저 들어가고, 마지막에 나온다’는 말은 단순한 순서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는 위험 앞에 먼저 발을 들여야 한다는 책임, 모두가 빠져나간 뒤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헌신에 대한 말이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안전을 유예하는 자세, 그리고 마지막까지 책임을 다하겠다는 고요한 결심이 담겨 있다. 내 삶에서, 내가 그런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문득 되묻게 된다.
회사의 업무가 몰릴 때, 누가 먼저 나서고 있는가? 내가 가족들보다 먼저 일어나 준비하고, 마지막에 불을 끄고 자리에 눕는 건 어떤 의미인가? 누군가의 감정이 무너졌을 때, 그 곁에 가장 먼저 도착해주고, 모두가 돌아간 뒤에도 손을 놓지 않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늘 앞장서야 한다는 부담이 아니라, 필요할 때 먼저 움직이고, 아무도 남지 않았을 때도 지키는 그 조용한 용기가 바로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이다.
살다 보면 불은 어디서든 일어난다. 불이 꼭 불길이어야만 하랴. 무기력이라는 불, 책임이라는 불, 인간관계라는 불. 어떤 날은 가족 간의 오해가, 어떤 날은 회사의 실패가 마음속을 태운다.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화재 현장을 지나며 산다. 그때마다 누군가는 먼저 발을 디딘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아 끝까지 무너진 것을 정리하고, 다시 세우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흔히 주목받지 않는다. 이름이 알려지는 것도 아니고, 박수를 받는 일도 드물다. 하지만 그들이 없으면 일은 완성되지 않는다. 마치 불길이 다 꺼졌을 때, 그 속을 마지막까지 확인하는 소방관처럼. 세상이 끝났다고 할 때, 아직 거기에 남아 있는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의 일상에서, 가정에서, 사회의 한 귀퉁이에서라도 먼저 들어가고, 마지막에 나오는 사람. 이름 없이 무게를 감당하고, 누구보다 조용히, 그러나 누구보다 뜨겁게 살아내는 사람. 그 태도는 말로 설명되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알아보게 된다. 믿음이 생기고, 신뢰가 쌓이고, 결국엔 사람의 중심이 된다.
소방관들의 말이 내게 알려준다.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은 특정 직업군의 표어가 아니라, 존엄하게 살아가기 위한 한 인간의 태도라고. 삶이 무겁게 느껴지는 어느 날, 누군가는 무너진 마음의 폐허 속으로 들어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무너지기 쉬운 이 시대에, 가장 먼저 버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견딜 수 있다.
위험을 마주했을 때,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할 때,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야 할 때 — 나는 어떤 순서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리고 조용히 대답해본다.
“나도 그 불 속에 들어갈 수 있을까. 그리고 끝까지, 그곳에 머무를 수 있을까.”728x90반응형'사는게 그런거지 뭐... > 무제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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