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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거짓말(White Lie)에 숨은 진심, 말의 윤리와 따뜻한 위선 사이사는게 그런거지 뭐.../무제노트 2025. 4. 21. 16:58728x90
하얀 거짓말, 그 속에 숨은 진심은 무엇일까?
하얀 거짓말 “맛있다.” 정말 맛있어서였을까, 아니면 정성을 생각해서였을까.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거짓을 말한다. 하지만 그 거짓은 때론 참보다 따뜻하고, 진실보다 덜 상처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거짓에 이름을 붙였다. 하얀 거짓말(White Lie). 말은 거짓인데, 의도는 선하다는 역설적인 이 말은 어쩌면 우리 인간관계의 아이러니를 가장 잘 설명하는 개념일지도 모른다.
거짓말은 원래 나쁜 것이다. 사람을 속이고,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다. 그런데 하얀 거짓말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목적이 순수하면, 거짓말도 용서될 수 있을까? “머리 잘 어울린다.” “진짜 괜찮아 보여.” “충분히 잘했어.” 이 말들이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듣는 이는 안심하고 위로받는다. 말하는 사람도 알면서 한다. 누군가의 하루가 더 이상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아주 작은 거짓을 입에 얹는다.
그런데 그 순간 문득 드는 생각. 나는 지금 상대방을 위하는 걸까, 아니면 나의 불편함을 피하려는 걸까?
하얀 거짓말은 많은 경우 관계를 부드럽게 만든다. 갈등이 생기지 않게 하고, 어색함을 줄이며, 때론 누군가를 살짝 끌어올리는 효과도 준다. 하지만 그 거짓이 쌓이면, 그 위에 올려진 친밀감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신뢰는 진실로 만들어지지만, 하얀 거짓말은 진실을 유보하게 만든다.
상대방은 내가 정말로 하는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위로인 줄 알았던 말이, 시간이 지나 ‘의례적인 거짓’으로 드러났을 때의 배신감은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하얀 거짓말은 어쩌면 ‘위선’이라는 말과도 연결된다. 진심은 말하지 않으면서도, 좋은 사람이고 싶은 욕망. 정직함보다 평화를 택하는 용기 혹은 나약함. 그래서 때론 하얀 거짓말이 침묵보다 더 나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그 어떤 꾸며낸 말보다 더 정직한 경우가 많다.
우리는 말로 누군가를 살릴 수도, 무너뜨릴 수도 있다. 그래서 ‘하얀 거짓말’이라는 개념은 결국 말의 윤리에 대한 문제다. 말은 칼이다. 그렇기에 더 조심히 꺼내야 한다. 누군가를 아프지 않게 하려는 말이, 결국 더 큰 허무함과 허위의 감정을 남기지 않으려면, 말에는 진심과 존중이 담겨야 한다.
“그 말 덕분에 버텼어요.” “지금 생각하니, 그냥 의례적인 말이었죠?” 두 문장 사이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다. 하지만 마음에는 큰 틈이 생긴다. 나는 오늘 몇 번이나 하얀 거짓말을 했을까. 그중 몇 개는 정말 누군가를 위한 것이었고, 몇 개는 나의 무책임이었을까.
진심을 말하되, 상처주지 않기. 거짓을 삼가되, 꼭 필요한 위로는 포기하지 않기. 그 사이 어딘가, 우리가 말로 연결된 사회에서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오늘, 그 예의 위에서 말하고 있었는지,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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